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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어느 늦은 저녁.. 배달

 

배달대행업체는 비 오는 날 평소보다 바쁩니다. 빗 길에 미끄러져 사고위험이 높아 평소보다 천천히 운행하고 몇몇은 빗길 운전이 익숙하지 않아 쉬는 사람과 외식을 포기하고 배달음식으로 바꿔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입니다. 이날은 비가 많이 오는 늦은 평일 밤이었습니다.

 

헬멧에 빗방울이 묻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비를 얼굴로 맞으며 실눈을 뜨고 오토바이를 타야 하죠. 빗물이 눈을 때리기에 여간 불편한게 아닙니다. 그렇게 10층 정도 되는 주공 아파트에 들어서 오토바이를 세우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을 누릅니다. 배달 장소는 701호입니다.

 

문이 닫힐 때쯤, 누군가 뛰어오는 것을 보고 엘리베이터를 '열림'을 눌러 줍니다. 그는 9층을 눌렀습니다. 늦게 퇴근하는 사람 같았습니다. 한 손에 음식을 들고 한손에 스마트폰을 만지며 동, 호수를 한번 더 체크하고 7층 문이 열려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엘리베이터는 9층으로 올라갔죠.

 

701호 초인종을 누르자마자 음식을 기다렸는지 바로 물건을 받고 '맛있게 드세요~/수고하세요~' 인사를 나누고 엘리베이터를 다시 잡으려는 순간.. 7층을 지나쳐 6층에서 열리고 있었습니다. 빠르게 계단으로 한 칸 내려가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내리는 사람도 없고 타는 사람도 없는데,. 9층에서 6층으로 이동해서 엘리베이터가 열린 것입니다.

 

 

근데 어이없게 6,5,4,3,2,1 모두 눌러져 있는 거죠. 기분이 상당히 나빴습니다. 9층에 내린 사람이 배달하고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야 되는 걸 알고 일부러 7층을 제외하고 밑으로 층층마다 모두 서게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나는 그놈이 엘리베이터 타려고 뛰어 오는 것을 보고 문도 열어줬는데,. 참... 기분 더럽더군요. 어린아이도 아니고 30대 중후반이었는데..

 

1층에서 도착해서 담배 하나 태우고 9층으로 올라갑니다. 입구에서 아파트를 쳐다보니 901호는 불이 꺼져있고 902호는 불이 켜져 있어 902호라는 걸 알았죠. 902호 초인종을 누르니,. 안에서 대답을 합니다.

 

"방금 전, 들어가신 있으시죠?"

"누구신데요?"

 

여자 목소리가 대답함. 내린 사람은 남자였음.

 

"저는 배달하는 사람인데 방금 들어가신 분이 사람을 병신처럼 놀리고 가셔서요."

"네?"

 

문이 열립니다. 그리고 저에게 상황을 묻습니다. 방금 전 그 상황을 얘기하고 있는데 안에서 그 남자가 나옵니다. 이 남자는 자기가 왜 그런 짓을 하냐며 비아냥 거리고 배달한다고 사람을 우습게 보며 얘기하네요. 아내로 보이는 여자분이 '죄송합니다.'라는 사과를 저에게 하고 있는데, 남자가 말을 막고 배달 주제에 어쩌고저쩌고 하며 무시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아내분께는 죄송한데, 제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네요. 아니라고 말하고 사람 무시하는 걸 보니 그쪽이 확실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엘리베이터마다 CCTV 있으니 관리실 가서 확인하면 되겠죠? 제 오해라면 사과드리고요. 그쪽이 확실하다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죠?"

 

남자는 이 일에 대해서가 아니라, 배달을 하고 있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사람을 엄청나게 무시하더군요. 그래서 다시 한번 말했습니다.

 

"저기,. 이 아파트 22평 정도 되나요? 저는 27평 되는 오피스텔 대출 없이 샀고요. 직원은 많지 않지만 작은 사업체 운영하고 있고 회사 끝나고 시간 좀 되면 한두시간씩 배달대행 아르바이트하고 있습니다. 그쪽한테 무시당할 일 없습니다. 저 보다 갖은 재산이 얼마나 많길래 사람을 무시하는지 궁금하네요. 제가 돈이 있어도 이렇게 후진 주공아파트 들어올 마음도 없는데 도대체 그쪽이 얼마나 대단한 거죠? 사람이 말을 하면 대놓고 사람을 기분 나쁘게 무시하시네."

 

"아니, 밤늦게 벨 누르고 한다는 말이 어이가 없네."

 

"어이는 내가 없죠. CCTV 확인에 응하시면 끝나는 문제입니다. 왜 그건 피하고 딴 소리만 하세요. 그럼 저 혼자 확인하고 그쪽이라는 거 밝혀지면 엘리베이터에 내용 부착해 놓을게요. 동의하시죠?"

 

막무가내입니다.

 

"저는 지금 당신한테 CCTV 확인을 요구했고 싫다 하셨고 그쪽이 잘못한 거면 사과를 받으려 했는데 아니라고 하셨고 지금 경찰서에 모욕죄로 신고하겠습니다."

 

#아파트 CCTV는 입주자가 사고 발생 시에 확인할 수 있고 저와 같은 경우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CCTV 를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제가 보고 싶다고 관리실에서 막 보여주는게 아닙니다. 이를 그쪽에 설명하고 모욕죄 신고하기 위해 출발하는데...

 

아내분이 남편한테 막 화를 내더군요. 제가 미안할 정도로.. 그리고 그 남자가 사과를 합니다. 세상 미친놈 많습니다. 상대가 당당하게 CCTV 보러 가자고 하면 오히려 제가 아닌가 싶어 당황했을 텐데.. CCTV는 절대 보기 싫어하는 사람 같아서 끝장을 보려 했더니.. 범인이 맞네요. 나이 삼십 중반에 자기가 그런 짓을 하고 쪽팔리긴 했나 봅니다. 그래도 일 커지기 전에 미안하다 힘들지만 말만 했어도 이렇게 화를 내지 않았을 겁니다.

 

그냥 애교 섞인 목소리?로,.

 

"배달 너무 힘들어요. ㅠ.ㅠ 괴롭히지 말아 주세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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